
1월 어느날의 퇴근길. 눈이 진짜 엄청나게 왔다.
원래 내가 사는 동네는 스웨덴 안에서 눈이 많이 오는 동네가 아닌데, 이상하게 올 해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다. 그런데 여기 뿐만 아니라 뉴욕도 폭설, 한국도 폭설인걸 보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진짜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듯 했다. 지구온난화는 다 뻥이라는 트럼프의 말이 뻥이다.

사워도우에 미쳐서 계속 빵을 만들었다. 매운것을 좋아하는 우리 팀원분을 위해 체다치즈 할라피뇨 사워도우를 만들었는데, 조금 더 구워도 됐을 뻔 싶었다. 그리고 할라피뇨가 굽고 나니까 매운기가 다 빠져서 하나도 맵지가 않았다.

그다움으로 만든건 모로코에서 사 온 사프란을 넣어 만든 사워도우 통밀 로프. 남자친구네 집에서 구웠는데, 일단 걔네 집이 추워가지고 발효가 덜 되었고, 또 오븐의 화력이 약해서 많이 부풀지 못했다.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았던.

넷플릭스 틀어놓고 요리하는것이 내 낙인데, 이 날 주말에는 카레, 짜장, 김치찌개 이렇게 세가지 음식을 해놓고 일주일치 밀프랩으로 사용했다. 밀프랩 해놓으면 요리 몰아서 해서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어 좋은데 또 요리하고 싶은데 다 먹을 때 까지 참아야하는게 괴롭다.

할라피뇨와 체다치즈 조합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치아바타 빵도 구워보았다. 굉장히 맛이 좋았으나 역시나 조금 더 구웠어도 됐을 뻔 했다.

사프란과 건살구 사워도우 로프. (전)매니저 (현)친구에게 생일선물로 구워주었다.
챗 지피티는 굉장히 많은 질문에 대해 멍청한 대답을 많이 내놓는데, 레시피를 물어보면 상당히 괸찮은 대답과 조합을 가져온다. 이것도 집에 있는 재료를 나열해놓고 레시피 가져오라고 했더니 들고 온 조합 - 마음에 드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이걸 굽다가 집을 거의 태울 뻔 해서, 화재경보기 울리고 난리 난리가 나고 멘탈 바사삭이었지만 빵이 잘나와서 기분이 회복되었다.

단면이 무척 아름답다.

크로아상 사워도우 로프.
리누스가 친구들이랑 같이 보드게임 하러 간다고 해서 그럼 간식으로 먹으라고 구워준 로프이다. 유투브에서 찾은 레시피인데, 원래는 틱톡에서 굉장히 바이럴 된 레시피라고 한다. (틱톡 안 함. 할 생각 없음)
버터를 얼리고 갈고 층층히 쌓고 접고 손은 많이 가는데, 바삭한 겉 크러스트와 촉촉한 속이 진짜 환상적이었다. 리누스는 이게 역대 내가 만든 빵 중 최고라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음식을 첨가물 없이 만드는데 미쳐서, 콩을 3키로 사서 메주와 두부를 만들기로 했다. 콩을 우선 500그램을 써서 시험으로 두부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종잇장같이 얇은 두부가 나왔다. 맛은 고소하고 몹시 뛰어났으나 가성비가 지나치게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는 만들지 않고 사먹기로 다짐했다.
메주는 거의 이틀에 거쳐 삶고 모양을 잡고 개고생을 했으나, 말리면서 곰팡이가 생겨서 다 버렸다.

사워도우 또띠아도 만들었다. 맛이 좋았고, 랩으로 싸서 소풍갈 때 간식으로 들고가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워도우 치즈 베이글.
모양을 잡고 끓는 물에 데치고 또 굽고 하는 과정이 좀 귀찮았지만, 결과물은 좋았다.

어느날 동네 바에서 버거 1+1 이벤트를 하길래 갔다.
나쁘지 않은 딜이었지만 다시 가라면 안갈듯. 우리가 만든 수제 사워도우 버거가 훨씬 맛있었다.

말린 무화과를 넣은 사워도우 로프.
무화과가 톡톡 씹히는게 아주 맛이 좋았다.

어느날 밤, 오로라 지수가 굉장히 높아서 밤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날이 너무 흐려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기분탓인지 뭔가 초록빛이 비치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 M이 내가 김장하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고 자기도 하고싶다며 김장파티를 주최했다. 빈손으로 갈 수 없어 대왕 사워도우 로프를 구웠다.

어느 날 내가 회사일 때문에 기분이 안좋아서 투덜대고 있었는데 리누스가 잠깐 약국 갔다올께 하더니 꽃 한다발을 들고왔다. 리누스는 컴퓨터같은 남자라서, 내가 랜덤하게 받는 꽃 선물을 좋아한다고 스치듯 말한 것을 기억하고 내게 꽃을 사다준것이다. 굉장히 감동적이었고 기뻤다.

같은 팀 동료가 타 팀으로 소속을 변경하게 되어서 빵을 또 구웠다.
사실 그 동료랑 사이가 그렇게 좋았던것은 아닌데 (오히려 굉장히 나를 힘들게 했었음), 그래도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마음으로 좋은 마무리를 하기 위해 빵을 구웠다.

보답이라도 하듯 그 언니도 셈라를 가져왔다. 나 원래 셈라 안좋아하는데, 이것은 맛있게 먹었다.

리누스가 맨날 거지같은 신발을 신고 다녀서,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겨울 부츠를 하나 사 주었다. 원래 아직 발렌타인데이가 아니였는데, 그냥 신발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하루라도 더 빨리 신고 다니라며 그냥 줘버림. 이렇게 우리는 커플 신발을 갖게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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